영국 교회에서 가라오케 기기가 파이프오르간과 피아노를 밀어내고 있다고 일간 가디언 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찬송가 3천곡의 레퍼토리를 담고 있는 영국산 가라오케 기기 '찬송가 플러스'는 피아노 반주자를 구하기 어려워 고민하는 영국 교회의 필수품이 돼 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가라오케 기기는 전통적인 찬송가뿐만 아니라 요즘 교회 신도의 취향에 맞춰 현대적으로 편곡한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디스코버전, '주는 나의 목자'의 재즈버전도 담고 있다.

찬송가 가사가 기억이 안나 쩔쩔 매는 신자들은 진짜 가라오케처럼 대형 스크린으로 자막 처리된 가사를 참고할 수도 있다.

'찬송가 플러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성직자를 대신해 기도를 인도할 수 있고, 사전 녹화된 설교를 들려줄 수도 있다.

교회 피아노 반주자의 연령이 점점 고령화되는 가운데 젊고 괜찮은 연주자를 구하기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교회들은 대당 가격이 1천900 파운드인 이 기기에 점점눈을 돌리고 있다.

서머싯주 요빌 인근 머드포드에 있는 15세기 세인트 메리 버진 교회도 최근 이 기기를 구입한 100여개 교회 중 하나이다.

이 교회는 크리스틴 휘트비라는 80대의 오르간 반주자를 두고 있지만, 고령인 휘트비는 건강 때문에 가끔 주말 예배를 빠지고 싶어 한다.

이제 찬송가 DJ가 된 교구 위원 빌 워트킨스가 휘트비를 대신해 내달 교회 신도에게 첫 선을 보이는 '찬송가 플러스'의 리모트 컨트롤만 조종하면 된다.

워트킨스는 "이제 크리스틴이 몸이 안좋아 교회에 오지 못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젊은 반주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오르간 연주자를 가라오케 기기로 대체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아주 전통적인 교회라서 아직 디스코나 재즈 버전 찬송가를 연주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 기기를 생산하는 힘 테크놀로지의 앨런 켐스터는 교회뿐만 아니라 병원, 교도소, 군대 교회에서도 이 제품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 기기가 오르간반주자의 직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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